지난 금요일에 박원순 개인전에 갔다왓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사건 지평선'과 '봉산개도 우수가교', 'un-known.xyz' 였습니다. 특히 xyz가 가장 재밌었는데 그 이유는
Place, Object, Text 세가지를 각각 30여개 항목으로 나누어서 소스들을 만들고, 이 소스를 자기가 원하는대로 배치를 한 후 바로 인쇄를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가서 15분동안 하나 둘 눌러보면서 만든 것입니다.
와 정말 다르다
http://un-known.xyz/ 여기서 해볼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저를 씁쓸하게 만들었던 것은 봉산개도 우수가교와 사건 지평선이었습니다. 사건 지평선은 과거와 현재의 대비, 봉산개도는 박원순 시장의 연설과 대비되는 영상. 이걸 보면서 역시 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걸 느꼇습니다.
"을지로 상인 "
서울시 문화유산이라고 지정해놓고 때려 부순다고 달려드는데, 한 곳에서 서울시 문화유산, 재생과가 같이 일한다는 기가 막힌 사실을 알고 당신들 문화유산을 지키려고 하면은 머리 터지게 싸워서라도 지켜야 되지 않겠냐? 했더니 자기네들 보다는 개발 이익의 팀들이 세데요.
이런 스티커도 가져올 수 있고 전시를 꼼꼼히 본 후 몇 년전 과제 때문에 자주 들락날락 했던 세운상가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을지로에서 청계천으로 가는 길도 열심히 공사중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고, 누군가에겐 졸작 때문에 들락날락 했던 공간이겠죠?
대림상가쪽으로 올라가서 보니 더욱 더 오묘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왼편으로 제가 지나왔던 길이 보이네요. 가운데에 서류가방을 들고 있던 남자는 개발사의 직원일까요? 영화에서 보던 정형화된 회사원의 이미지였습니다.
걸어가다 우연히 찍었지만 한편으로는 슬펐습니다. 왼쪽에 있던 공장들도 날아가게 되버리면 쇠를 깎던 저 아저씨는 어디로 가게 될까. 한쪽 건물을 부셔서 이 골목은 넓어졌지만 예전에는 빼곡히 건물이 차있어서 이 골목도 굉장히 좁았을겁니다. 저는 주로 종로쪽을 자주 다녀서 을지로쪽은 잘 오지 않았지만 종로쪽도 여기와 비슷합니다. 종로도 결국 이렇게 될까.
서울에서 태어났고 평생을 서울에서 자랐지만 30년 후에는 서울이 내가 알던 서울일까? 특색은 없고 그저 고층빌딩, 프랜차이즈, 대기업으로 도배되어 그냥 아무 감정없는 도시가 되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미 제가 알던 제 어릴 때 서울의 모습은 이젠 거의 남아 있지 않으니까요.
박원순 개인전은 을지로에 있는 상업화랑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고 가도 찾기가 힘든데 입구가 워낙 작고 상업화랑 간판도 작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지도를 잘 보고 찾아가시는게 좋습니다.
최근에 일어났던 일들과 박원순 개인전을 다녀오면서 사회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사회는 원래 이랬던 게 아닐까. 그냥 나는 급이 안되니까. 돈이 없으니까. 사회는 공정하다라는 저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서 현실도피를 하던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난 달 설날에 책상에 앉아 심정지로 사망한 윤한덕 센터장이라던가, 지원금이 적어서 사비를 들여가면서 소방 장비를 구입하는 소방관, 이 외에도 자신의 생명을 태워가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 부패한 사회를 의롭고 선한 사람들이 자신을 갈아가면서 유지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종, 한국 사회 정도의 투명성(transparancy)을 가지고는 정말 이거밖에는 안되는 거야?”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2442440
누군가는 "그렇지 않아, 안 그런 사람도 많아" 하겠지만 안 그런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이 정도 아닐까. 어쩄거나 박원순 개인전을 기점으로 우울한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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