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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인생과 선택

예전에 무한도전에 나와서 유명해진 말이 있다.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이다.' 였을 것이다.  나는 이제 와서야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하면은 '첫' 대학교 입학이다.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공부하기가 싫었는지 모르겠다. 집에서는 공부한다고 나가서 하루종일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한테 너무 미안하다. 나중에 친척에게 들었지만 친척들은 혼란한 집안 사정과 경제 사정 때문에 제대로 된 지원을 못받아서 내가 방황을 했던 것으로 알고있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참... 


어쨌거나 집에다가는 독학재수로 못을 박아놓고 매일같이 PC방을 왔다갔다 하다가 6평을 조지고 9평을 조졌다. 


망쳐버린 9평..


외국어 영역이 끝난 후 화가나서 그냥 탐구를 보지 않고 집으로 갔다. 9평이 끝난 후 열심히 공부를 했으나 수능이 2개월의 요령으로 될리가 있나 당연히 망했다. 그리고 성적에 맞춰 대학교에 입학했다. 서울권은 택도 없었고 그래도 통학이 편한 성남권 대학에 입학했다. 남한산성 앞에 있는 '을지대학교 보건환경과학부' 였다. 지금은 학과 이름을 바꿨으려나? 아무튼 입학을 할 때도 사실 대학에 대한 별기대도 없었고 그냥 졸업이나 하자라는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입학한 지 2주도 안되서 내가 갖고 있던 대학에 대한 환상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우리 고등학교보다 작은 크기의 대학교. 캠퍼스 앞에는 주유소가 있었고, 통학을 할 때는 술취한 등산객 아저씨들과 함께 다녀야 했다. 학과 생활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들 중 일부는 굉장히 권위적이었다. 학생회비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하지 않겠다. 하고 싶은 말은 학생회비와 관련되서 학생회는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달라졌으려나? 달라졌으면 좋겠다. 아무튼 여차저차 꾸역꾸역 다니다가 교양수업 중 하나인 '자연과학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었다. 20학점가량 되는 강의 중 유일하게 내가 즐겁게 들은 과목이었다. 이후로 나는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수학과 과학(중에서도 물리와 지구과학)을 좋아했다. 물론 수학의 경우 좋아하는만큼 성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수학과 물리학, 지구과학이 좋았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커져가면서 학과의 커리큘럼을 확인하고 내가 계속 다녀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면 학과 특성상 화학과 생물학이 주가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자연과학의 이해 교양을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1학기가 끝나고 나는 자퇴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자퇴를 시켜줄리가 있나. 학과장 교수님은 아직 1학년이고 전공이 맞을지 안맞을지 모르는데 굳이 자퇴를 해야하냐며 만류를 했다. 결국 자퇴는 유야무야 되고 휴학을 하는 걸로 합의를 봤다. 나는 휴학을 한 뒤 복학을 안해서 제적을 당했다. 동기들에게는 '학과 공부가 안맞아서 ㅎㅎ', '통학이 너무 힘들어' 라는 핑계를 이야기 했다. 물론 평소에 내 전적대 학교를 깔아뭉개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나 내가 학교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동기들도 알 것이다. 


한학기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사람이 빠르게 변한다. 현재에 만족하도록 사육되는 느낌도 받는다. 우리의 위를 보는 것이 아닌 우리보다 낮은 학교를 보면서 '우리 정도면 괜찮아'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 학교 정도면 괜찮은거야, 환경과와 안전과는 전국에 별로 없어서 취업은 괜찮을거야. 환경과 미래에 뜰거야 같은 이야기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재 나의 처지에 굉장히 만족하고 위를 보는 것이 아닌 아래를 보게되고 현재 위치에 만족을 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능을 다시 준비했다. 비록 수능 때 수리영역이 살짝 미끄러졌지만 나는 그래도 노력한만큼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반수시즌이라 반수학원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학교가 마음에 안들어서 또는 학과가 마음에 안들어서 반수를 고민중이라면 본인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게 좋다. 어쨌건 한국에서는 학부 학교가 끝까지 따라가니까. 본인이 대학 간판이 마음에 차지 않으면 한 번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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